유통기한 (2009-04-12)

작성자  
   achor ( Vote: 2 )
분류      개인

https://youtu.be/cU7LPxQkQJA



계획과 달리 일찍 일어나 버린 일요일,
서울, 대한민국. 21도C.
오랜만에 창문을 활짝 열고 퀘퀘한 담배냄새를 가신다.

지난 주만 하더라도 완벽하리만치 깨끗했던 내 집은
지난 일주일을 거치며
다시 완벽하리만치 헝클어져 있다.

역시,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난다.


여느 때완 달리
더 이상 들어갈 것이 없을 정도로 꽉 차 있는 내 냉장고가
조금은 부담스럽다.

유통기한을 넘기 전에 다 먹어치워야 하는데
홀로 먹기엔 벅찬 느낌이다.

일단 유통기한순으로 올림차순 정렬을 하자.


달력은,
일부러 넘기지 않았었다.

언젠가는 몇 해 전 달력이 그대로 걸려있기도 했던,
그런 내 벽이지만
이번은 달랐다.

사월이 왔음을 알았고, 슬쩍 넘겨보았지만
이내 다시 되돌려 놨었다.

남겨 놓고 싶었었다.
시간이 흐른 후에 혼자 보고 싶었었다.
어쩌면 나는
태생적으로 쓸쓸한 감정을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간 연이어 낯선 사람들과 조우했다.
많이 미뤄왔던 약속들이다.

친숙해 지기 위한 첫 자리에서
그래야만 할 것 같은 음식을 먹고, 그래야만 할 것 같은 이야기를 읊조린다.

무의미한 시간이라는 생각을 내내 갖고 있었다.
사회적인 관계를 위해 다시 만날 것을 이야기 하지만
다시 만난 적은 없다.
무엇때문에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고 있나 생각한다.


조급함.
역시 조급함이겠다.
시간은 흘러가고 있고,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그 조급함.

마냥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하기엔
더이상 시행착오를 거칠 수 없다는 것이 새삼 서글프다.
이제는 신중하게 결정하고, 행동하고, 후회하지 말아야 하는 나이다.


우유부단 해서는 안 된다.
유통기한을 넘어버리면 시들해 지는 법이다.

따스한 사월의 봄 햇살 속에서
작은 벤치에 앉아 평온한 호수를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 있는 사이

유통기한은 지나있다.

사랑은 그렇게 떠나가는 법이다.

- achor


본문 내용은 5,712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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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Empire2017-07-01 02:56:02
망각
채널을 돌리다 우연찮게 보게 됐지만 중경삼림,은 역시 오랜만에 다시 봐도 좋은 영화였다. 가지고 있는 플롯도 뛰어났고, 당대에도 많이 회자됐던 카메라 워크도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효과적이었을 뿐더러 특히 비유와 상징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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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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