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의 도전 (2010-01-09)

작성자  
   achor ( Hit: 2412 Vote: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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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개인

1.
아처웹스.를 포기한 채 세상의 지리멸렬한 패러다임 속으로 향하며
출사표랍시고 써놨던 옛 글을 읽어본다.
http://empire.achor.net/diary/1080

그 시절 기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 난다.

삶은 너무도 행복했지만
눈만 감으면 미래의 걱정이 가득하여
24시간 이상 버텨가며 극도의 피로 속에서만 잠들 수 있을 정도로 고민이 많던 시절,
그럼에도 세상 속으로 향함에
걱정보다는 자신감이 더 컸던 것도 같다.



2.
정규 경력사원 공채에 응모했던 건 지난 가을이었다.
지원한 웹마케팅 분야에서는 1명을 뽑는다고 하여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운 좋게도 지난 겨울, 합격을 통보 받을 수 있었다.

금융사였기에 연봉은 높았지만
막상 협상을 하다보니 응모 시 내걸었던 조건과 달라진 탓도 있고,
또 현재의 자리에 큰 불만이 있던 것도 아니라서
결국 가지 않는다고 통보를 했었다.

이직은 그렇게 일단락 될 뻔 했었다.



3.
재고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돈 때문이었다.
총각 시절 모아놓은 돈 하나 없이 여기까지 왔다.
결혼하여 이렇게 잘 살고 있는 건 현 풍토에서 정말 기적이라 할 만하다.

집으로 인해 갚아야 할 빚이 산더미이고,
게다가 날로 연로해 가시는 부모님, 장인어른, 장모님.

얼마 전 어머니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가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었고,
그냥 아프시나 보다, 하고 말았었는데
지난 크리스마스 때 찾아뵈었더니 얼굴이 퉁퉁 부어있을 정도였다.

누나를 통해
천 만원에 육박하는 비용 때문에 치료하길 주저하고 계신다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직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다행히도 그곳은
안 간다고 한 나 대신에 다시 사람을 뽑고 있던 중이었다.



4.
참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
장점이 많은 곳이기에 떠나는 걸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좋은 사람들이 가득 하다는 것,
이미 잘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도 아쉬웠지만
무엇보다 이제 다시는 아내와 함께 출퇴근 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어떤 이는 그것이 불편함이 아니냐고 물어오기도 했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서만큼은
아내와 24시간 내내 함께 한다는 것이 매우 큰 행복이었다.
그걸 포기하는 게 내겐 쉽지 않았었다.



5.
총각 시절엔 도전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었다고 회상한다.
가진 게 없어서 잃을 게 없었다.
어차피 지금보다 못할 게 없었기에 무엇이든 더 나은 선택이 됐었다.

아내와 아이가 생겼다고
안정적인 것에 안주하려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편히 잘 지내고 있는 이 소소한 행복이 훼손될까봐 걱정하고 두려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봤다.

그렇지만 34세.
적지 않은 나이다.
도전을 하기 보단 이미 만들어 놓은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해야할 것도 같은 나이다.

실패가 충분히 예상됨에도 맹목적으로 도전하여 예정된 실패를 수용하는 것도 어리석지만
더 큰 성장의 기회를 두려움 때문에 피한 채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것도 어리석다.

차근차근 살펴보고, 실패할 가능성보다는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면
자신있게 도전하는 것이 옳겠다.
그렇게 한다면 비록 실패할 지언정 盡人事待天命,
담담히 하늘의 뜻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는 고작해야 이직 한 번 하면서 폼 잡고 있네, 할 지도 모르겠다만
나로서는 2010년의 큰 도전이 될 것이다.

올해 이 삶의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내고, 마지막에 웃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 achor


본문 내용은 5,440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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