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저녁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항상 먹는 오징어라이스 대신 오늘은 무언가 색다른 걸 먹어보기 위하여
메뉴판을 이리저리 매만저 보고 있던 중이었다.
전화가 온 건 그 때다.
지난 화요일 저녁 걸려온 그 전화는 내 삶에 가장 황당한 전화로서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다.
낯선 목소리였지만 다정다감 하면서도 맑고 경쾌한 느낌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KMTV의 매니저라고 소개를 했다.
2.
나는 조금 놀랐다.
음악전문 케이블방송인 KMTV든 또 연예매니저든
나와는 별다른 연관관계를 생각해 낼 수 없었다.
아. 언젠가 VJ가 된 아이와 소개팅을 한 적은 있다만 그녀는 KMTV가 아니라 M.NET 아니었던가?
3.
간략하게 자신을 소개한 그녀는
내 사진을 인터넷에서 보았다며 연예인 될 생각이 없냐고 물어왔다.
사람의 호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인색한 나로서는
그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기는 어려웠다.
순간 연예매니저를 사칭하여 여성의 몸과 돈을 빼먹는 사기꾼도 떠올려봤다.
설마 그녀가 내 몸을? --;
나는 당신이 어디서 어떤 사진을 본 것이냐고 물었고,
연예인이 되기 위해서 내가 해야할 것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레게파마를 한 내 사진을 보았고,
수, 목요일 중 택하여 오디션을 보러 오라고 이야기 했다.
아마 1년 전 일본에 갔을 시절의 사진을 본 모양이다.
사진을 보며 끼가 있어 보여 연락을 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4.
오디션 장소가 학동역 근처에 위치한 KMTV 건물 3층인 걸로 봐서는
괜한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
나는 하루라도 늦은 목요일에 오디션을 보겠다고 말했고,
그리곤
아무런 준비도 못 해놨는데 오늘이 벌써 목요일이다. --;
5.
지금으로선 아무래도 내일.
가지 않을 것 같다.
그녀가 말한 KMTV의 관련 사이트에 접속해 봤더니
오디션을 보고 싶다는 사람들의 나이는 대개 20세 미만. --;
그 낯선 자리에서 홀로 연장자임을 내세우고 싶지는 않다.
게다가 계획에 의하면 오늘,
지금의 이 엄청난 파마를 풀고 스타일 좀 가꾸려 했건만
낮에는 형님이, 밤에는 keqi가 찾아와
손님들 버리지 못하고 응대하다 보니 결국은 이렇게 시간만 가버리고 말았다.
6.
그냥 색다른 경험 한 번 해봤다고 생각해야겠다.
물론 길거리에서 픽업되었다는 연예인들과 동급으로
인터넷을 통해 픽업되었다는 자랑은 앞으로 한 20년 간은 이어질 게 분명하다.
또한 연예계에 진출해 달라는 뭇 사람들의 요청을
시끄럽게 살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거부했다는 헛소리도 얼마동안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오디션을 보지 않는다면
시간이 흐르고 난 후 후회할 것도 같지만
괜히 가서 쪽팔리지 말고, 하던 일이나 열심히 하자!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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