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신혼집에 다녀와서... (2004-03-23)

1.
한국과 일본의 청소년 국가대표 친선 축구경기를 보고 난 후 9시 뉴스를 기다리고 있을 즈음
얼마 전 결혼한 정영으로부터 전화가 한 통 온다.

컴퓨터가 고장났댄다. --;
그럼 전문 수리기사를 불러야지 왜 내게. --;

사실 왠만해서는 결코 집밖으로 나가지 않을 나였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정영의 결혼식에 못 갔던 그 죄값을 치뤄야만 했다. !_!
게다가 다행스럽게도 정영의 신혼집은 우리 사무실에서 5분도 채 걸리지 않을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결혼한 친구의 집에 찾아가게 됐던 게다.



2.
제수씨를 보며 나는 제수씨라는 말이 입에 익지 않아 잘 부르지도 못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렇다고 거의 안면 없는 가운데 제수씨의 이름을 부르거나
마치 여종업원 부르듯이 저기요,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서
나는 아예 제수씨와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다.
그저 묵묵히 정영의 어리버리한 컴퓨터를 조금 손봐주고 있을 뿐이었다.

결혼 전 정영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20대 중후반의 많은 젊은이들이 안고 있는 취업과 결혼이라는 문제를 자신은 해결해 놓았기에
그 만족감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타인보다 걱정은 좀 덜하다고.

나는 그의 결혼한 살림집을 보며
한편으론 부러움을 느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작지만 오붓하게 살아가는 그 모습이 마냥 행복해 보였던 게다.



3.
아내의 의미가
삶의 동반자라는 것을 새삼 좀 느끼고 돌아왔다.

뭐랄까.
정영의 모습은 내 부모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어떤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 살아가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냥 그런 애인이 아니라 정말 아내가 옆에 있었던 게다.

정영의 오랫동안 변치 않는 행복은 기원한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550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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