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2002-07-04)

작성자  
   achor ( Hit: 984 Vote: 23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주위 친구들 취업 소식을 접하다 보니 근심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제게 있어서 취업이 최선은 아님이 분명하지만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할 때가 아니란 건 깨닫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저는 충분히 도전하고 시도하였다고 자위합니다.
저는 잘 해냈습니다. 스스로 대견스럽습니다. 삶을 짊어질 수 있었다는 것에 행복합니다.
그러나 대학 4학년, 이제는 누구와도 똑같이 사회로 진출해야 하며, 더 이상 학생이라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신분도 없습니다.

또한 모두들 취업하는 이 시기를 놓치면 후에 커다란 후회를 하게 될까봐 두렵기도 합니다.
제 미래를 써나갈 가장 큰 결정을 지금 이순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취업을 한다는 것은
평생을 그렇게 아침에 출근하여 저녁에 퇴근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걸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그 정형적이고 고정적이며 패턴화된 일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태엽 감긴 새처럼 타성에 젖고, 매너리즘에 빠질 제 모습이 그닥 좋지 않습니다.

그것은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파괴적이고, 강력한 압박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늦잠 자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을 것이고,
전날 술을 진탕 먹고 하루쯤 그냥 푹 쉴 수도 없을 것이며,
심지어 제가 가장 사랑하는 행위인 그냥 누워 빈둥거릴 여유마저도 앗아갈 지 모릅니다.

원치 않는 인간관계에 고민 썩을 수도 있겠고,
또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 경쟁하여 살아남아 한다는 절박감,
그런 느낌들이 결코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제가 꿈꾸는 자연적인 삶 속에서도 노동을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인 것은 알겠습니다.
밭을 갈구고, 농사를 지으며, 책을 읽고, 사색을 해야만 합니다.
그렇지만요.
그렇지만 그렇게 노동하여 굳이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는 아직 깨닫지 못했습니다.

희노애락 정도는 제 삶의 특별한 의미는 되지 못합니다.
저는 희노애락을 대체적으로 잘 극복하는 편이니 말입니다.
삶의 도전과 목표가 그 의미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아직 삶의 목표를 정하지 못했습니다.
때로는 세계적인 장사꾼이 되고 싶기도 하고, 때로는 매나아를 보유한 음악가나 작가가 되고 싶기도 하고,
또 때로는 마천루에서 바쁘게 일하는 금융인이 되고 싶기도 하고,
물론 가장 자연스럽게, 산 속에서 유유자적 하며 살아가고 싶은 마음도 아주 큽니다.

이러한 삶의 목표는 반드시 삶에 대한 스스로의 정의가 바로 섰을 때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삶이 과연 어떤 것인지 깨달은 후에야 삶의 목표와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저는 더욱 삶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야만 합니다.
삶을 완전히 깨달은 후에나 제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진취적으로 행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삶은 늙은 에스키모가 두 주먹 굳게 쥐고 사냥감을 주시하는 것입니다.
사냥감을 어떻게 잡을 지 이제는 완전히 깨달아 버렸을 때,
그 때는 이미 기운이 다 빠져버린 늙은 에스키모인 지라 그저 주먹만 쥘 수밖에 없는 것.
삶에 대해 모든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만큼 늙어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어쨌든 어려운 문제입니다.
고작 대학 4학년짜리가 이런 걱정과 근심을 짊어져야만 하다니...
이 사회는 인간을 노동의 압박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하여 더욱 노력해야만 합니다.
삶의 기본적인 생존의 문제가 해결된 채 자유롭게 스스로의 삶을 결정지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줘야만 합니다.
일본은 16강인데 우리는 4강이다, 따위는 아무런 흥미거리도 아닙니다.

국가보다 제 삶이 더 중요하고,
국민보다 전 인류가 더 중요합니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184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achor.net/board/diary/626
Trackback: http://achor.net/tb/diary/626
RSS: http://achor.net/rss/diary

Share 밴드공유 Naver Blog Share Button

 美끼2002-07-08 18:21:26
고작 대학 4학년짜리가 아니야 니가 늦은거지..

Login first to reply...

Tag


     
Total Article: 1963, Total Page: 273
Sun Mon Tue Wed Thu Fri Sat
  1
초콜릿 [1]
2 3
정책세미나에 다..
4
정영의 합격
삶 [1]
5 6
7 8
칼사사여! 영원.. [3]
9 10 11
삼각김밥 [1]
12 13
14 15
옛 컴퓨터 [2]
16 17 18
드라마 [8]
19 20
칼사사 2002년 8월..
21 22 23 24
먹고 사는 일에.. [3]
25 26
도시에서의 사랑
27
28 29 30 31
일본에 갑니다 [3]
     

  당신의 추억

ID  

  그날의 추억

Date  

  Poll
Only one, 주식 or 코인?

주식
코인

| Vote | Result |
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